풍기의 금계포란이 최고 명당인 까닭
link  이정석   2021-06-03

십승지에서 대체로 맨 처음에 등장하는 곳이 풍기의 금계포란이다. 풍기는 소백산의 품에 안겨 있는 동네다.
태백산과 달리 소백산을 뻗어나가는 봉우리들이 북서쪽을 막아주는 병풍 형태로 되어 있다. 태백산이 세로로
뻗어 있는 셈이다. 그래서 북서쪽의 바람을 막아준다. 그 아늑한 곳에 풍기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소백산은 비로봉, 연화봉, 도솔봉 등 여러 봉우리를 가지고 있다. 풍기에서 보자면 연화봉은 북쪽에 있고 도솔봉은
서북쪽에 있다. 겨울에 불어오는 찬바람인 북서풍은 도솔봉이 막아준다. 서북은 살풍이 부는 방향이라서 풍수에서
위험시하는 방향인데 풍기의 서북을 도솔봉이 굳건하게 막아주고 있다.

풍기는 그 전체적인 지형이 겨울 살풍을 막아주는 아늑한 곳이고, 소백산이 육산에 가까워서 먹을 게 많다. 십승지
1번지인 금계포란은 이 소백산의 가장 안온한 지점에 자리 잡고 있다.

풍수에서 금계는 산봉우리가 바가지처럼 둥그런 봉우리를 가리킨다. 둥그런 봉우리가 크면 봉황으로 보아 '비봉포란',
조금 작으면 닭으로 여겨 '금계포란'이라 했다. 금계포란은 연화봉 아래쪽 남향에 있다.
주변의 산봉우리가 둥글게둥글게 보인다. 금닭들이 모여 있다. 살기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결정적인 요소는 금계촌
안에는 농사를 지을 공간이 넓다는 점이다.

금계촌이 일반인이 모여 살 수 있는 십승지라면 소백산의 정수는 희방사다. 옛날에 희방사는 계곡 골짜기를 십리 넘게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숨을 헐떡거리며 올라가면 희방폭포가 기다린다. 바위절벽에서 떨어지는 폭포수가 앞을 가린다.
길이 끝났는가 싶어서 폭포앞에서 쉬고 있으면 폭포 옆의 절벽으로 조그만 샛길이 하나 보인다.

이 샛길로 지친 몸을 이끌고 더 올라가면 그때 비로소 희방사가 눈에 들어온다. 지금은 옆으로 자동차 길이 났지만 옛날
에는 희방사가 인간세계에서 정적을 숨기고 소백산의 품에 안겨 천지자연과 하나가 될 수 있는 별천지 였겠다는
생각이 든다.





글 조용헌 (동양학박사, 건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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